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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 소감, 이동진 작가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 등

70번째 생일
작성자 : 고수화
등록일 : 2018.06.02
2046년 5월 3일

70번째 내 생일이다. 며칠 전부터 저녁 시간을 비워 두라던 서우는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어디 가서 저녁 한 끼 먹으려면서 왜 저러나 싶었는데 내 옷장을 뒤지며 툭 아무렇지 않게 한 마디 던진다.
 “엄마, 오랜만에 이동진 아저씨 보러 갈 건데 뭐 좀 화사한 옷 없어요?  예전에 빨간책방 공개방송 보러 간다며 아빠한테 우리들 맡기고 외출했었잖아. 그 때 엄마 참 생기 발랄 예뻐 보였는데.. ㅎㅎ”
무슨 말인가 싶어 “ 왠 갑자기 이동진 아저씨?” 하고 물었더니,
“엄마 이거 정말 어렵게 구한거에요” 하며 빨간 티켓 두 장을 흔들어 보인다.

그래.. 그랬었지.. 30년 전 나는 생활의 많은 시간을 동진님과 함께 했었지...걸 그룹 언니들 노래 듣기를 좋아했던 꼬마 서우는 어느 순간 동진님 목소리에 스피커를 뺏겨 질투하기도 했었는데.. ㅎㅎ 집안일 하며 운동하며 운전할 때에도 듣던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던 동진님의 방송들은  책 보랴 영화보랴 내 나머지 시간들을 허투루 낭비할 틈 없이 바쁘게 채찍질 했었다. 그로 인해 한동안 나는 바빴지만 평온했고, 독서와 영화로 정적인 시간을 보냈으나 학창시절 보다 더 들끓는 열정에  삶이 풍요로웠다.
그렇게 십여년동안 내 가장 친한 친구보다 친근했던 동진님이였는데...

갑자기 <빨간떡방>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시더니 7백여개의 가맹점을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확장하고는 사업가의 모습으로 매스컴에서 자주 뵐 수 있었다. 차츰 방송 횟수가 줄어들긴 했으나 그래도 정기적으로 빨간책방을 유지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사업을 마무리 할 때 쯤이었나.. 동진님이 냈던 첫 번째 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국내 여러 상을 휩쓸었을 때에는 마치 내 오랜 꿈이 실현된 듯 누구보다도 기뻤었다.

그러던 어느 해 동진님이 문화부장관에 임명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는 한 편 혹시나 빨간책방이나 여타 방송에서 못 뵈면 어떡하지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5년동안을 잠정적으로 방송을 중단하고는 열심히 국내 문화산업 발전에 공을 남기시며 여러 나라와의 문화적교류로 대한민국을 수준높은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이끄셨다. 명예롭게 장관직에서 물러나신 후에는 조용히 문단생활과 더불어 일 년에 한 번씩 빨간책방 방송을 약속하시며 영화평론가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거 티켓 구하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구했어?”
“엄마 칠순인데 내가 뭔들 못하겠어요?..ㅎㅎ”

30층 쌍둥이 건물인 위즈덤하우스가 저 멀리 보인다.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건물밖에 줄 서 있는 게 보인다. 혹시라도 표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오신 분들 같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진갈색의 롤스로이스가 들어온다. 뒷 문이 열리고 백발의 노신사의 머리카락이 먼저 조명에 반짝 빛난다. 로로피아나 체크 정장과 젊은 시절의 안경보다는 살짝 톤 다운 된 빨간안경이 여전히 멋져 보였다.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최고의 출판사를 이끄는 이다혜작가님 아니 회장님의 사회로 오늘의 특별게스트인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김중혁 작가님과의 방송이 시작되자 나는 30년 전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 했다. 목소리만으로는 전혀 늙지 않으신 세 분의 캐미가 여전했다.

방송 중 가만히 서우의 손을 잡아본다.
어렸을 적 그렇게 질투했던 동진아저씨를 나만큼 열렬히 좋아하게 된 서우를 보며, 30년 넘게 멋진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 준 동진님이 새삼 고마워졌다.

나의 70번째 생일.
칠순 잔치랍시고 시끌벅적 잔치를 한다며 요란하게 보내는 내 친구들의 여느 생일들보다도 더 의미 깊은 감동적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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