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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    장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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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여기, 골든레트리버가 한 마리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순혈의 골든레트리버는 아니고 소위 말하는 잡종입니다. 도그쇼에 나가 우승을 하기엔 턱이 지나치게 갸름하며 털이 너무 밝은 밀크티 색이고 다리는 다른 순종 강아지에 비해 짧으며, 귀는 지나치게 큽니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펫숍에 외롭게 남겨져 있던 그에게 젊은 소설가 한 명이 다가옵니다.


“귀가 정말 큰데!” 소설가는 좋아하면서 골든레트리버를 데리고 갑니다. 그렇게 골든레트리버 ‘메시’는 자기 귀가 크고, 그것이 자랑거리임을 처음 깨닫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가 쓴 척 하지만 사실은 골든레트리버가 썼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빠를 어깨너머에서 지켜보던 메시가 썼지요. 이 책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담당 편집자 위윤녕입니다.


이 책의 저자, 골든레트리버 메시의 아빠는 중국의 젊은 작가 장자자입니다.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베스트셀러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7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열 편의 이야기가 영화화되기도 했던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빠를 따라 메시도 글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메시가 쓰는 글들은 아빠가 썼던 글과는 달리 강아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이 아픔과 소란, 관계의 고통에 대해 덤덤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면, 메시가 쓴 이 책에서는 그 상처를 다정하게 다독이고 위로해줍니다.


이 책에는 메시의 주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성공한 소설가인 아빠, 장자자조차도 메시의 눈에는 그저 방탕하고 게으른 아저씨일 뿐입니다. 늠름하고 남자답지만 속이 유리처럼 여린 셰퍼드와 노상 여자에게 차이는 셰퍼드네 아빠. 한없이 착한 보더콜리와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보더콜리네 엄마. 깍쟁이 아가씨 코커스패니얼과 독설가인 코커스패니얼의 엄마. 도박을 좋아하는 사모예드 삼 형제 등 평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부대끼고 때로는 서로 지탱하며, 메시가 사는 작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성장을 일궈나갑니다.


메시의 눈에 비치는 인간 세상이, 반드시 행복하고 따뜻한 곳인 것은 아닙니다. 메시는 반려견인 자신을 항상 다정하게 안아주는 경비원 아저씨가, 아파트를 떠도는 개에게는 박정하고 두려운 인물로 변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빠가 부재중일 때 자신을 돌보아주는 아주머니가 잡종 개에게 쓸 주사 값이 아깝다는 이유로 홍역에 걸린 개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울면서 덤비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달고 쓴 인간 군상을 경험하면서 메시는 나름대로 세계를 대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행복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을 만들어갑니다.


메시는 인간들이 지나치게 걱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울하고 슬픈 과거도, 절망스럽고 캄캄한 미래도 메시에게는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시는 매일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는 짜릿한 모험의 공간이 아니라, 고주망태가 된 채 집으로 돌아와 “다시는 바보처럼 진지하게 살지 않을 거야…”라고 잠꼬대하는 아빠의 발 옆에 누우며 행복을 느낍니다.


슬픈 일이 있다면 슬퍼해야합니다. 하지만 슬픈 일을 걱정하며, 찾아오는 기쁨을 걷어차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요? 메시의 세상은 이렇듯 단순합니다. 이 영리한 골든레트리버는 세상의 불완전성을 두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완벽하지 않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지요.

 

이 책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메시를 통해 일구어내는 성장 속에는 명쾌한 웃음과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가 쓴 척하지만 사실 강아지가 쓴 책입니다. 제목을 쓰는 데만 세 시간이 걸려도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것은 이 책을 읽는 고독한 어른에게, 한 마리의 골든레트리버가 던지는,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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