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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를 만나다
바깥은 여름   |    김애란

1. 오프닝

 
구름은 또 높이높이 이야기를 짓고,
그림자는 오랜만에 본 열세 살 아이처럼 길어지고, 
그을린 얼굴 위로는 비로소 선선한 바람 한 줄이 지나갑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다시,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은 나무 백일홍과
장난처럼 끝난 절망을,
뜨겁고 지독했던 사랑의 붉은 자리를 떠올려보겠죠. 
그러니까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같은 시를 말이죠. 

그 지독했던 폭염 뒤에도 용서처럼 불어오는 바람 속에
사람의 선선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선선한 눈빛, 선선한 대답, 선선한 돌아섬.
사람도 인생의 ‘처서’쯤이 되면,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질척이지 않고
순순하고 선선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요.
선선히 내주고 선선히 웃고 선선히 사랑하고
계산 없이 선선하게 잘 한다는 것.
그런 거야말로 인생에서 지니고 싶은 진짜 쿨함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거 아셨나요?
‘선선한 바람 시(颸)’, 라는 한자가 있었다는 거요.
바람 풍(風)에다 생각 사(思)가 붙어 이뤄진 글자인데요.
선선한 바람이 불면 괜히 누군가가 생각나게 되기 때문일까요.
7년을 기다려온 매미는 제 울음을 다 울고 갔을까...
선선해진 바람 속에 괜히 이런저런 사념도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2. 책, 임자를 만나다


<비행운>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이 사라지기 전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를 김애란 작가 특유의 필치로 풀어낸 작품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바깥은 여름>

1) 책 소개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靈)이 사라지기 전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들이 김애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수록작 가운데서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김애란은 이번 소설집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풍경의 쓸모')는 문장에서 비롯됐을 그 제목은, '바깥은 여름'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안'(內)을 골똘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2) 저자 소개 -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Prix de l’inaper?u)’을 받았다.

 

◆ 237-23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하늘은 청명하고 햇살은 환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그런 계절에 맞춰 여행 에세이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바로 신임자 이다혜 작가의 신간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여행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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