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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홀딩, 턴   |    서유미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자신이 없어서 헤어지는 데 합의하지만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워할 정도로 연약하다. 

제 마음을 알 수 없고 자신할 수 없어 

상대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당부한다. 

사소한 감정의 변화가 존재와 관계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결정이 일시적인 감정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진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책임의 끈을 나누어 쥐려는 노력이 구차하게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이지은입니다. 앞서 읽은 글은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 서유미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홀딩, 턴』에서 뽑았습니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 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유미 소설가는 『홀딩, 턴』(위즈덤하우스)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혼인 서약 이후의 남녀 관계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봅니다. 『홀딩, 턴』이라는 제목은 스윙댄스에서 춤을 시작하기 전에 파트너의 손을 잡은 자세를 일컫는 ‘홀딩’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턴’을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부부 지원과 영진은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고자 들어간 동호회에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둘은

둘만의 극적인 고백의 순간 끝에 결혼이라는 대륙에 무사히 정박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써 고른 테이블에 생활의 얼룩이 지듯

사랑은 쉽게 변형되고, 감정 앞에서 자주 초라해지며,

관계에 대한 회의는 곰팡이처럼 번져가게 됩니다.

 

모든 연인에게는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둘만의 춤을 추던 순간이 있습니다.

이 춤이 둘만의 것이라는 확신이 들며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한편으로는 너무도 사소한 이유로 헤어질 것을 깨닫는 순간도 있습니다.

지원과 영진은 헤어짐의 가능성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소설에서는 지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30대 여성의 일과 연애, 결혼, 가족, 우정의 모습이 자연스레 드러나는데, 그 이야기들에 많은 독자들이 제 마음과 같다는 공감을 보내주고 있기도 합니다.

 

서유미 소설가는 『홀딩, 턴』을 통해 결혼생활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극복할 수 있는 것과 넘어가기 어려운 것’을 헤아려봅니다. 그리고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세탁의 시간을 지나는 것’ 같은 시기가 있어, 다음 코스로 어김없이 넘어갈 거란 사실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온기를 넌지시 전해줍니다.

 

“파국을 앞둔 부부에게도 사랑으로 반짝이던 순간들이 존재했음을, 사랑으로 지었던 건축물이 무너졌다고 해서 오직 폐허만이 남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는 정이현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이 이야기는 끝내 마지막 장을 덮은 마음을 묵직하게 건드리고 맙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제 코끝에는 세탁에서 막 꺼낸 옷의 세제 냄새가 나는 듯했습니다. 독자분들께는 또 어떤 감정이 남게 될까요? 모쪼록 이 소설을 읽고, 지원과 영진에게 기꺼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를 바라며 『홀딩, 턴』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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