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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어느 날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다. 평온하던 대도시는 엽기적인 사건에 발칵 뒤집히지만 정작 그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평소처럼 회사를 다니며 머리의 주인을 알아볼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건은 빨리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당신이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은 것을 안다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작가
시라이시 가오루,
발매
2018.01.30
브랜드
[위즈덤하우스]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316p
크기
128*188mm
가격
13,000원
ISBN
979-11-6220-251-7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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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 수상작

자른 머리를 두고 와버렸습니다.”

시라이시 가오루는 왜 그곳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았을까?

 

일본의 수도 도쿄의 시부야 역. 세상을 떠난 주인을 오랜 세월 기다린 충견 하치코를 기리기 위한 하치코 동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시부야 역 앞의 하치코 동상은 만남의 장소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무척 일상적인 장소이다. 바로 그런 곳에 느닷없이 머리가 나타난다. 그것도 출근하느라 바쁜 직장인들이 오가는 시간에.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어느 날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다. 평온하던 대도시는 엽기적인 사건에 발칵 뒤집히지만 정작 그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평소처럼 일하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며 머리의 주인을 알아볼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시라이시가 바라는 만큼 사건은 빨리 진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의문의 남자에게서 당신이 머리를 잘라 가져다 놓은 것을 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며칠 후에는 시라이시의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시체의 손가락이 잘려 사라지고,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용의자로 시라이시를 지목하고, 시라이시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그녀를 죽인 진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살인 용의자까지. 시라이시 가오루의 인생은 점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한편 도쿄를 덮친 지진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라이시는 왜 그녀의 머리를 잘랐을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리고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회사원 명탐정 시라이시 가오루의 탄생!

당신은 이 주인공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시라이시 가오루는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을 받으며 미스터리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소설은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역사상 가장 청아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색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을 쓰고 작가는 자신의 필명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 시라이시 가오루로 바꿀 만큼, ‘시라이시 가오루는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후속작인 연작소설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에도 역시 시라이시 가오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상사에 근무하는 젊은 엘리트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두뇌가 명석하고 말과 행동이 침착하며,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좋아서 회사 내의 평판이 높다. 평소엔 차분하고 냉정한 편이지만, 유사시에는 탁월한 행동력과 담력을 보인다. 남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옳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거침없는 인물이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관심이 없고 비관적인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으며, 내일을 희망하기보다는 그저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요즘 일본 청년의 전형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좀 더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세상과 연결되고 인간과 결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고독하지 않다. 내게는 노다와 실장이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내가 있다. 어쨌든 인간이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아니, 혼자 죽기도 어렵다."

아직 어스름이 다 가시지 않은 대도시에 여자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의 도입부는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음산하면서도 묘하게 맑고 투명하다. 주인공이 머리를 유기하는 과정의 주변 풍경 묘사,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곧바로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을 길게 서술하면서 다시 한 번 독자의 허를 찌른다. 평범한 삶을 서술하다가 잠깐잠깐 사건을 전개하고 또 소소한 생활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구성, 거기에다가 사건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밝혀지길 바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생각과 행동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시라이시 가오루라는 이 독특한 인물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묘한 동경을 느끼며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자를 낯설고도 신선한 섬뜩함과 직면하게 하면서, 마침내는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일본의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 시라이시 가오루에게 거리감과 함께 묘한 동경을 느꼈다. 조금은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치 가시 없는 고슴도치가 털을 세운 것 같은 시라이시 가오루는 꽤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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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시 가오루

1969년 도쿄 신주쿠에서 태어났다. 2009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을 받으면서 미스터리 작가로 데뷔했고, 이후 작품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와 필명을 시라이시 가오루로 바꾸었다. 후속작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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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을 작정으로 요요기하치만 역에서 내려 조금 걷기로 했다. 오전 6시, 공기는 맑고, 펜스로 둘러싸인 요요기 공원의 녹음은 새벽이슬에 젖어 싱그러웠다. 큰길에 자동차가 늘어나고 주택이나 빌딩에서 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귀중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지금은 알 바 아니다. 걸음을 재촉해 높은 건물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빌딩 숲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요요기하치만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지만 이노카시라 거리를 따라 우다가와초 근처까지 내려오면 그곳은 이미 시부야다. 네온사인을 뽐내는 휘황찬란한 빌딩들도 담백한 태양 빛 아래에서는 왠지 쓸쓸해 보인다. (중략)

낮은 수풀에 둘러싸인 아키타견 동상. 어려서부터 뉴스 등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 상경한 후에는 더 친숙해진 명소이자 명물이다. 이 동상을 설마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될 줄이야.

하치코 동상 앞에 서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편의점 봉지를 뒤적였다. 왼손에 든 가방으로 감추면서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서리가 끼어 파란 비닐 시트에 붙은 탓에 양손을 사용해야만 했다. 뒤를 지나는 구둣발 소리가 등을 찌르는 듯했다. 그러나 조심하자면 끝이 없다. 나는 그녀를 봉지에서 쑥 끄집어내 양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집고 살며시 들어 동상 다리 사이,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7~10

 

창에 비치는 내 인상이 어두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아니 내가 사건을 일으키고 나서 벌써 사흘째다. 그렇게 확실한 실마리가 있는데도 아직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나.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며 그녀의 머리를 잘랐다고 생각하는가.

평판이 아깝다. 이러면 안 되지, 일본 경찰. 퇴근길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가장 중요한 증거는 주어졌다. 이제 서둘러 조사하기만 하면 된다. 시부야 역 앞에 사람 머리를 유기한 엽기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나를 체포하기 위해. 51~52

 

복도에 들어선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내 방에 누군가가 멋대로 들어갔을 때의 감각. 아무리 전과 다를 것 없어 보여도 묘한 위화감이 있다. 그 감각이다. (중략)

냉장고 문을 열었다. 파란 불빛과 함께 새하얀 냉기가 넘실거리는 내부를 술기운 탓에 어렴풋한 눈으로 주시했다. 특별히 이상은 없는 듯 보였다. 그야 목부터 그 위가 없는 젊은 여성의 나체가 무릎을 접고 앉아 있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래도 시선을 계속 움직였고 이윽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뭔가 다르다, 뭔가가……. 그녀의 전신을 필사적인 시선으로 좇다가 이변의 형태를 간신히 깨달았다. 떨리는 손을 냉장고 안으로 뻗어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라와 있는 딱딱한 손가락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그녀의 그 부위를 건드리지 못했다. 조그만 그루터기 같은 절단면을 남긴 채 그녀의 왼쪽 손가락이 엄지를 제외하고 전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75~76

 

다음 타격은 귀로 왔다. 뒤에서 머리를 치려고 한 모양인데, 내가 움직이는 바람에 귀에 닿았다. 연골이 두개골에서 벗겨지는 쩍쩍 소리가 고막 안에서 울렸다. 귀 안에서 난 소리여서 아주 잘 들렸다. 얼굴 오른쪽에서 뜨거운 액체가 분출하는 소리도. 그것이 차츰 뺨을, 아니 얼굴 오른쪽 전체를 덮었다. 오른쪽 시야가 빨갛다. 망막이 직접 색과 온도를 느끼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중략)

코앞까지 닥친 벽돌 바닥에 손을 짚어 지지대로 삼으며 필사적으로 충돌을 피했다. 엎드린 자세에서 옆구리를 걷어차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상대는 내게 상당한 원한이 있나 보다. 견디지 못하고 나는 옆으로 밀리며 땅을 굴렀다. 벽돌이 강판처럼 뺨을 갈았다.

그 덕분에 몸이 뒤집어져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의미했다. 상대는 까만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 얼굴은 물론이고 눈 색깔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면에 대자로 누워 초고층 빌딩을 밑에서 올려다보았다. 처음 하는 경험이다.

아아, 아름답다.’

왜 좀 더 일찍 해보지 않았을까. 아직 빛이 듬성듬성 남은 창과 빌딩의 새하얀 벽 그리고 가로등과 달과 별이 이루는 아름다움은 독보적이었다. 다들 이렇게 침착하게 밤하늘을 바라보면 좋을 텐데. 역 앞에서 발광하는 폭도들도 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앞에 두면 조금쯤 반성하겠지.

다들 너무 바쁘다. 나는 미소 지으며 옆에 선 그림자를 보았다. 그는 아까 나를 후려갈긴 벽돌을 쥐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오던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얼굴로 짐작되는 부근을 올려다보며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 눈살을 찌푸렸다.

뭘 망설이고 있어. 손에 든 벽돌로 두세 번 내 얼굴을 내리치면 다 끝나는데.”

그때 내 귀에 추오 거리 너머 도청 쪽 대로에서 다가오는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두엇 정도 되는 주정뱅이들의 목소리로, 이런 밤에도 어딘가에서 술을 마셨는지 정적을 요란하게 깨뜨렸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한참 기다려도 마지막 일격이 오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하며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켰을 때 주변에는 신기루처럼 아무도 없었다. 181~183

 

끝없는 무력감이 몰려왔다.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어쨌든 내일은 회사도 업무를 재개할 것이다.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아아, 살인 사건이 일어나든 천재지변이 일어나든 회사는 멀쩡하게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섭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203

 

창 너머로 오전 중의 맑은 겨울 하늘과 거리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저 하늘이 이어진 곳에 있을 더운 나라와 작년 여름까지 살아 있었던 한 여성, 불과 2주 전까지 살아 있었던 한 남성을.

조금 부러웠다. 죽은 두 사람이. 결국 이번 사건에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흔들리는 커튼 너머로 작은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또 그런 여성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죽은 후에도 그녀와 보냈던 시간은 충만했다. 그것 역시 인간과 인간의 결합이며 연결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중략)

그렇다면 됐다. 그녀는 그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인간이 있다면, 고독하지 않다. 내게는 노다와 실장이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내가 있다. 그렇다면 기쁘겠는데, 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인간이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아니, 혼자 죽기도 어렵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빛이 가득한 복도로 나가 오전 중의 조용한 빌딩 안을 걸었다. 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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