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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우아한 유쾌함의 작가 에릭 오르세나 신작, 동시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대화하고 툭탁거리는 유머와 수다의 향연

작가
발매
2018.04.25
브랜드
[위즈덤하우스]
분야
[소설/비소설]
페이지
316p
크기
125*195mm
가격
14,000원
ISBN
979-11-6220-354-5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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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혼한 쉰 살 아버지와 스물여덟 살 아들

결혼과 사랑에 실패한 부자(父子)가 나누는 여성과 사랑, 인생 이야기

공쿠르상 수상작가 에릭 오르세나의 최신 장편소설 프랑스 남자의 사랑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2000년대에서 시작해 두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 프랑스부터 카리브해 건너 쿠바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동시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찾아 끊임없이 대화하고 툭탁거리다가 결국엔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는 자신과 동시에 이혼한 아들을 보며 아들에게 나쁜 것을 물려주었다며 자책한다. 아버지는 나쁜 것의 정체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랑에 실패하는 유전자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급기야 조상의 사랑 방식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아들은 아버지의 황당한 발상에 흥미를 느끼며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방탕한 사랑을 비판하기도 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말을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며 두 남자의 핑퐁게임 같은 수다가 펼쳐진다. 유별난 프랑스식 유머와 해학, 재치 가득한 사랑 이야기가 독자들을 에릭 오르세나의 세계로 인도한다.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유머와 지성의 향연

프랑스적 재치와 수다로 버무려진 사랑의 유전학

에릭과 에릭의 아버지는 같은 때 이혼했다. 에릭은 수요일에 에릭의 전처와, 아버지는 금요일에 에릭의 어머니이자 당신의 아내와 결별했다.

아버지는 당신과 아들이 이혼하게 된 원인이 쿠바에 거주했던 조상들이 물려준 가문의 저주일지도 모른다며 사랑의 실패 이유를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계획은 항상 허황되고 과장된 목표뿐이었지만, 아들은 이내 흥미를 느끼고 질문한다. “아버지와 제가 사랑에 실패한 이유가 뭔지 찾아내셨어요?”

상처만을 남겼던 각자의 사랑만큼 불편하고 엉망진창이었던 부자관계는 이 질문으로 실마리를 찾는다. 아버지는 일평생 방탕했다. 미국 배우 클라크 게이블을 닮은 미남 아버지에게는 늘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 또한 여자라면 치마만 둘러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를 조롱하고 비난하지만,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아버지의 삶을 이해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더불어 조상의 시대까지 그 연원을 찾아 올라가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버지의 수많은 이야기에 둘러싸인 아들 에릭은 자신이 소설가가 된 이유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사랑의 실패 원인을 찾는 모습을 띠고 있으나, 그 이면으로는 서사와 텍스트의 관계, ‘이야기성에 대한 에릭 오르세나의 고민이 깔려 있다. 소설가이면서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 인문 분야를 넘나드는 석학이자 오랜 시간 미테랑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했던 에릭 오르세나는 평생 다양한 글을 집필해왔다. 이 소설 속에서 에릭 오르세나는 누보로망부터 하이쿠, 심지어 오늘날 펼쳐지는 텍스트와 이야기의 진풍경들을 언급하며 과연 진정한 서사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지 골몰한다.

 

이야기로 들어가는 문을 만드는 세 개의 문,

그리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가 찾아낼 숨겨진 마지막 문

소설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럿 있다. 역량 있는 작가일수록, 작품의 문학성이 높아질수록 문은 많아진다. 이 소설에는 세 가지 문이 있다. 첫 번째 문은 사랑이다. 이 문은 독자들을 나머지 문 앞으로 불러들이는 소설의 주제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이혼했다는 대목에서 시작해 조상들의 기막힌 불륜 이야기까지, 사랑은 서사를 이끄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두 번째 문은 에릭 오르세나 본인이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에릭 오르세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에릭 아르누라는 이름이 에릭 오르세나의 본명이라는 점은 이 소설이 얼마나 작가 본연의 모습에 닿아 있는지 말해준다. 에릭 오르세나는 항상 자기 자신을 작품에 녹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명징하게 자신을 이야기 안으로 밀어 넣은 적은 없다. 사랑과 가족이라는 화두를 던지기 위해서는 에릭 오르세나라는 한 인간을 앞에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등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들부터 정치인까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에릭 오르세나가 거쳐온 작가적 삶을 유쾌하게 풀어놓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 문은 이야기이다. 이 문은 이 작품과 저자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진실보다 진실에 가까운 거짓이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늘어놓는 조상님의 사랑 이야기가 허구일지라도, 그 이야기가 담보한 용기와 포부, 정체성은 오히려 진실을 압도한다. 에릭 오르세나는 이야기가 왜곡되고 변형되어 전달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는 진실에 한 발 다가가지만 반대로 우리를 기만할 위험성이 있다고도 암시한다.

이야기는 우리 내부에서도 전달되고 변형된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이야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누군가에게만 열리는 문이 독자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고 프랑스 남자의 사랑이 숨기고 있는 마지막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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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바로 그 점에 대해서 언젠가 너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물론 네가 한가할 때 말이지. 난 말이야, 내가 우리 집안의 저주 같은 것을 물려받은 건 아닌가 싶어. 그래서 그 저주를 너한테까지 물려주었고. 달갑지 않은 선물을 너한테 주게 된 점, 정말 미안하구나.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긴 해. 이를테면, 사랑에 실패하게 만드는 유전자라고나 할까. 그 유전자라는 놈은 말이다, 틀림없이 쿠바에서 왔을 거야. 차차 이야기해주마. 오늘은 이제 그만 자야겠다. 라오렌느 쪽으로 항해하다 성난 파도를 만나는 바람에 완전히 녹초가 되었거든.”

_P.18

 

 

그 순간 진실을 희롱한다는 환희와 갑작스럽게 찾아온 현기증에 나는 해방감을 맛보며 앞으로도 이 같은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임을 예감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서 혼자 다짐했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네가 거짓말을 할 때면,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돋아날 거야. 그러면 그 무엇도 너를 옭아맬 수 없어.

_P.44

 

이야기에 담긴 진실이란 문제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한 달에 한 번 갖는 아버지와의 대화 시간이 점점 더 기다려졌다. 나는 열 번이나 약속시간을 앞당기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의식은 의식으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의식은 언제고 복수를 한다.

_P.137

 

우리는 마땅히 초등학교에서부터 독서와 글쓰기 산수뿐 아니라 전기電氣의 기본 법칙도 반드시 배워야 할 성싶다. 그렇게 되면 어린 프랑스인들이 나중에 컸을 때 보다 지속적인 사랑을 키워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_P.225

 

복수라고? 아니, 내가 왜 사랑하는 남자한테 복수를 하겠어. 그보다는 차라리 균형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우리 부부가 누리는 자유의 균형. 굳이 알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맛보는 짜릿한 기쁨이었던 거 맞아 그런 거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작태가 그렇게나 오래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며 틀림없이 우리 세 사람 가운데 하나가 흡족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

_P.256

 

대대로 우리 집안은 도박에 물든 집도 아니고 알코올 중독자도 없는 집안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열정적이긴 하나 대단히 복잡하고 더할 나위 없이 꼬이고 더 이상 찢으려야 찢을 수도 없이 만신창이가 된 삶을 주셨지만 우리에겐 그런 삶을 사는 짜릿함만으로 충분했다.

_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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